2015. 9. 23. 11:26ㆍ자동차이야기
50년 넘게 미국 대표 패밀리카로 활약해온 풀사이즈 세단 임팔라가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임팔라가 과연 지금까지 존재감을 갖지 못했던 한국GM 기함의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무조건 큰 차와 고급차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덩치가 커질수록 출력이 높은 엔진을 얹어야 하고, 각종 재료도 많이 들어가니 자연스레 값도 올라간다. 여기에는 대중급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구별이 없는 국내 자동차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 쏘나타보다 그랜저가, 기아 K5보다 K7이 무조건 고급차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제일 작은 캐딜락 ATS의 기본가가 3만5,000달러 정도인 데 반해 길이 5m가 넘는 쉐보레 임팔라와 포드 토러스는 2만8,000달러 정도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은 온 가족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주성과 적당한 가격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가장 미국적인 패밀리카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임팔라는 바로 그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1958년에 데뷔해 무려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 알페온에 이어 쉐보레 임팔라가 한국GM의 새로운 기함 자리를 물려받았다. 지금까지의 현대/기아 준대형차가 아닌 새로운 제품에 목말라 있던 고객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 역사의 아메리칸 풀사이즈 세단
2012년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되고 2013년 생산을 시작한 10세대 임팔라는 8, 9세대의 유선형보다 직선을 강조하고 마름모꼴 헤드램프를 더하는 등 디자인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덕분에 다소 무난했던 얼굴이 강인하고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대형화된 그릴은 크롬 라인과 황금색 쉐보레 로고로 장식했고, 범퍼 양쪽 아래에는 LED 주간주행등을 더해 전체적으로 화려한 인상. 에지가 살아 있는 앞쪽과 달리 트렁크를 향해 매끈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쿠페의 특징을 담았다. 반면 무난한 엉덩이는 덩치보다 살짝 작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임팔라의 전통적인 DNA를 심어 놓았는데, 리어 펜더를 감싸는 라인과 화려한 크롬 장식, D 필러의 임팔라 로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승차의 그릴이 기본형과 약간 다른 것은 세이프티 패키지의 레이더 센서가 달렸기 때문이다.
차체 크기는 알페온과 비교해 휠베이스가 2,835mm(-2mm)로 거의 같고 길이는 5,110mm로 115mm 길다. 너비 1,850mm(-10mm), 높이 1,495mm(-15mm)로 전체적으로는 살짝 작은 수준. 경쟁차인 현대 아슬란이나 그렌저와 비교해도 약간 길고 높지만 폭은 살짝 좁다.
차체 크기에서 기대되듯 실내 거주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널찍하다 못해 광활한 공간은 아기자기함이 그리울 정도다. 뒷좌석은 3명이 나란히 앉아도 옹색하지 않을 듯. 운전석은 단순한 2개의 원형 구성으로 그 가운데 컬러 모니터를 배치했고 4스포크 스티어링에 다양한 조작 스위치를 담았다. 센터페시아는 중앙을 부풀려 쉽게 손이 닿도록 배려하는 한편 8인치 터치식 모니터 뒤에는 수납공간이 숨어 있다.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가 위로 올라가 공간이 드러나는 방식. 애플 카플레이가 담긴 마이링크는 아이폰 느낌의 아이콘 디자인이 화려하지만 국내에서는 안드로이드 비중이 높은 만큼 안드로이드 오토가 아직 내장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과 냉각용 통풍구는 IT 시대로의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는 대목. 충전용 케이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갤럭시 에지는 바닥 고무매트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충전이 가능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몸놀림
엔진은 10세대가 되면서 직렬 4기통 2.5L 에코텍과 V6 3.6L의 두 가지 가솔린 직분사로 정리되고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2.5L 에코텍의 경우 풀사이즈인 임팔라로서는 처음 얹는 4기통 엔진. 9세대까지는 V6 3.4L가 가장 작은 엔진이었지만 이제 연비 개선과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기조를 마냥 무시할 수 없다. 2.5L에는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장비해 연비를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시승 행사에 준비된 V6 3.6L 직분사 엔진은 캐딜락 XTS, 쉐보레 카마로 등에 얹히는 LFX 유닛. 이 시리즈의 첫 직분사였던 LLT에서 실린더 헤드, 흡배기, 인젝터 등을 크게 개량했다. 최고출력 309마력을 무려 6,800rpm에서 내며 최대토크는 36.5kg·m. 토크가 풍부하다기보다는 적당한 힘을 저회전부터 꾸준히 제공하는 느낌이다. 7,000rpm까지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에 꽤나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하이드라매틱 6단 자동변속기는 그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다. 와인딩에서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아도 시프트 다운이 잘 되지 않는데다가 수동 변속 M 모드는 시프트레버 위의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라 실제 와인딩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스티어링 휠 안쪽에 오디오 스위치 대신 시프트 플리퍼를 달거나 차라리 M 대신 스포츠 S 모드를 만드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변속기에 대해 이렇게 시시콜콜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은 파워트레인과 섀시에서 그 외에 별다른 단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길이 5.1m, 휠베이스 2.8m가 넘는 큰 덩치에 앞바퀴를 굴리는 임팔라는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할 수 있다. 기자 역시 시승 초반 고속 구간을 달릴 때만 해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이곳에서의 승차감은 장거리 주행에 중점을 둔 부드러운 세팅으로 전형적인 미국차 느낌의 바운싱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국도로 접어들어 언덕을 끼고 도는 와인딩에 접어들자 숨겨진 질주 본능을 드러냈다.
경사로와 연속된 타이트 코너는 풀사이즈 FF에게 꽤나 하드코어한 무대이지만 기대를 무참히 짓밟기라도 하듯 경쾌하게 누비기 시작했다. 3.6 모델의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2.5 모델보다 고급의 벨트식 EPS를 장비했다는데, 헐렁한 유격이나 어색한 반응이 없고 매끈하게 노즈를 코너 안쪽으로 이끄는 조작감이 인상적이다. 또한 앞 스트럿, 뒤 4링크식 서스펜션은 직선 구간에서의 바운싱을 무색하게 할 만큼 타이트 코너에서 잘 버텨주었다. 분류상 소과에 속해 시속 60km의 속도로 달리고 10m 거리를 도약한다는 임팔라라는 이름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을까.
한국 시장 적응을 위한 전용 장비들도 임팔라 현지화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미국에서는 수요가 없는 레인 센싱 와이퍼나 접이식 사이드미러 외에 하이패스, 쇼퍼드리븐카 기분을 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뒷좌석 조절 스위치(오디오와 히터), 그리고 한국식 내비게이션 등이 준비되었다. 값도 공격적이어서 미국보다 많은 장비를 갖추었음에도 3,409만~4,191만원으로 책정되었다. 현대 아슬란, 포드 토러스 등을 살짝 밑도는 수준.
한편 이 차를 대함에 있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미국에서 생산되는데도 국산차인가’라는 것과,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앞의 질문은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한국 메이커인가’라는 질문과도 상통한다. 본사가 한국은 아니지만 국산 메이커를 인수해 자리를 잡았고, 대부분의 차를 국산 부품으로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한다. 국적으로 따지자면 국산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물론 임팔라는 미국에서 생산되지만) 미국차나 프랑스차라고 보기도 힘들다. 국적을 따지기 점점 힘들어지는 글로벌 경제 시대이기에 자동차 역시 어느 정도의 이해와 타협이 필요해지는 시기인 듯하다.
쉐보레 기함으로서의 첫 성공작 될까?
쉐보레는 지금까지 호주 홀덴에서 가져온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 그리고 뷰익 라크로스를 기반으로 개발한 알페온을 연이어 기함으로 투입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호주와 미국산 풀사이즈 세단을 다듬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 고객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 막중한 기함의 임무를 임팔라가 물려받았다. 5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임팔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풀사이즈 세단이자 대표 패밀리카. 지금까지의 임팔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차였지만 최소한 지금의 10세대만큼은 보다 글로벌 시장에 어울리게 진화했다. 그렇기에 전작들과 달리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어설픈 고급화를 앞세웠던 전작들과 비교해 훨씬 멋진 디자인과 잘 다듬어진 달리기 성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난 북미와는 취향과 기대치가 다른 한국 대형 세단 시장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높은 잠재력을 바탕으로 전임자들에 비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 쉐보레에게는 판매량으로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과제가 남겨졌다.
SPECIFICATIONS
CHEVROLET IMPALA LTZ
BODY
│보디형식, 승차정원 4도어 세단, 5명
│길이×너비×높이 5110×1855×1495mm
│휠베이스 2835mm
│트레드 앞/뒤 1583/1574mm
│무게 1730kg
CHASSIS
│서스펜션 앞/뒤 스트럿/4링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전동 파워)
│브레이크 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45/40 R20
DRIVE
TRAIN
│엔진형식 V6 가솔린 직분사
│밸브구성 DOHC 24밸브
│배기량 3564cc
│최고출력 309마력/6800rpm
│최대토크 36.5kg·m/5200rpm
│구동계 배치 앞 엔진 앞바퀴굴림
│변속기 형식 6단 자동
PERFORMANCE
│0→시속 100가속 -
│최고시속 -
│연비 9.2km/L(도심 7.7, 고속
12.0)
│에너지 소비효율
5등급
│CO₂ 배출량 190g/km
PRICE
│기본/시승차 4,191/4,465만원
쉐보레 임팔라의 주요제원표입니다.
가격 | 3,363~4,136만원 |
---|---|
제조사 | 쉐보레 |
차종 | 국산 / 대형 |
연비 | 9.2~10.5km/ℓ |
연료 | 가솔린 |
판매 | 국내출시 |
- 사진제공:한국GM
- 자료제공: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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