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1. 20:09ㆍ자동차이야기
기아 K5는 대중 브랜드의 중형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화려하고 편의 장비도 많다. K5를 준비했던 기아의 각고가 어느 정도였는지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름값 빼면 쏘나타 보다 못할 게 하나도 없다. 그만큼 전반적인 상품성이 우수하다. 안팎에 너무 힘을 써서 그런지 주행 성능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래도 K5가 매력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의 기아를 보면 노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노력 안 하는 회사는 없겠지만 기아는 정말 노력하는 게 보인다. 현대에 가리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대단하다. 그 최근의 결과물이 바로 K5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현대의 동급 모델을 앞서는 두 번째 기아차라고 평가하고 싶다.
K5 바로 전까지, 특히 슈라이어 이후부터 나온 기아차는 항상 큰 기대를 모았다. 일단 디자인이 달라졌고 나올 때마다 기대를 부풀리는 말을 연신 했다. 그래도 결과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기아차는 ‘기아’였고 현대는 현대였다. 고정된 이미지를 뛰어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큼 발전한 것은 높이 평가해줄 일이다.
큰 폭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예고는 K7에서 충분히 감지됐던 일이다.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반적인 패키징이 예사롭지 않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이 감지된다. K7은 신차 효과로 출시 초기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에는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랜저 보다 못할 게 별로 없지만 밀리는 것은 이름값. 이름값이야말로 기아가 넘어야할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아는 이제 K5로 이름값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어차피 1등이 아닌 다음에야 제품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아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런 면에서 K5가 기아에게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국내에서는 가장 큰 볼륨 모델이기도 하다.
K5는 출시 첫 달에 1만 673대가 팔리면서 월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차 효과를 감안해도 중형급의 절대 강자 쏘나타를 이긴 건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K5와 최근 출시된 스포티지R 등의 선전으로 인해 기아의 상반기 국내 시장 점유율은 32.1%까지 높아졌다. 올해 전체로는 35%가 목표인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K5의 전체 패키지를 보면 마치 ‘이래도 안 살거냐’라고 하는 것 같다. 그만큼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몇 번을 봐도 대중 브랜드의 중형차로서는 너무 화려하고 편의 장비도 많다. 시승차는 2리터 엔진 사양으로 국내 판매의 실질적인 주력 모델이다.
EXTERIOR
다른 메이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고정된 라인업의 신차는 디자인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나온 일련의 신차를 보면 알 수 있듯 뚜렷한 패밀리룩이 연달아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K5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K7까지는 취향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K5는 분명 다르다. 같은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는데 느낌 차이가 상당하다. 두드러진 것은 존재감과 자신감이다. 큰 볼륨 모델로는 드물게 과감한 스타일링이다. 이는 쏘나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호불호 면에서는 K5가 유리해 보인다. 쏘나타 보다는 K5가 불특정다수에게 더 통할 수 있다고 본다.
핵심은 두툼한 프런트 엔드이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전면의 디자인이 K5의 스타일링을 주도하고 있다. 그릴의 넓이나 재질, 주변 디자인까지 암팡지게 구성돼 있다. 크롬 장식의 범위도 큰 편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램프이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도 좋지만 안개등 위에 달린 방향지시등은 고급스러운 외관을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우디스러운 디자인이다.
막혀 있긴 하지만 프런트 펜더의 벤트도 화려한 외관을 부각시키고 있다. 벤트의 디자인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카가 아닌 대중 브랜드의 볼륨 모델에 적용된 게 주목할 만한 것이다. 리어 범퍼 하단의 디자인이나 머플러, 테일램프까지 외관의 모든 요소는 그냥 지나칠 게 없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45×1,835×1,455mm, 휠베이스는 2,795mm로 쏘나타(4,820×1,835×1,470mm, 2,795mm)와 거의 비슷한 사이즈이다. 각도에 따라서는 실제보다 작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디자인이 주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
타이어도 넥센 클라세 프리미어(215/55R/17)로 괜찮은 제품이다. 중형차에도 이 정도의 타이어 달리는 것도 고무적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야말로 평범한 패턴의 OEM 타이어가 당연한 듯이 달렸을 것이다. 17인치 알로이 휠은 더블 5스포크 타입의 디자인이다.
INTERIOR
K5는 시작과 끝이 기분이 좋다. 일단 운전자가 차에 다가가면 도어 손잡이에는 예쁜 조명이 들어온다. 밤에는 키리스 버튼이 안 보일 수 있으니 더듬지 말라는 배려다. 그리고 하차할 때 도어 록이 잠기면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접힌다. 깜박 잊고 사이드미러를 안 접었을 때 다시 차 문 열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사이드미러가 접히는 모양도 범상치 않다.
K5의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화려하다. 차에 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센터페시아는 일단 눈에 잘 들어온다. 운전석 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는 비대칭 디자인인데 다른 메이커 보다 각이 큰 편이다. 센터페시아의 모든 버튼은 손을 뻗었을 때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버튼의 크기도 큼직큼직하다.
선명한 모니터도 장점이다. 모니터가 선명한 게 무슨 특별한 장점이냐고 할 수 있지만 값비싼 수입차 중에서는 저화질 내비게이션이 은근히 많다. 이런 면은 국산차가 주는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조장치도 모니터와 완벽히 연계된다. 당연한 것이지만 국내에서 작업한 수입차는 이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K5는 내비게이션 사용 중에 공조 장치를 조작하면 관련 내용이 모니터 상단에 뜬다. CLIMATE로 들어가면 차 전체의 그림이 나오면서 공조 장치의 모든 기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비주얼조차도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온도 조절이 듀얼이 지원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오토 케어로 들어가면 차량진단과 운행정보, 수신정보, 소모품 관리, 오토 케어 설정 5가지 큰 메뉴가 뜬다. 소모품 관리 메뉴만 들어가도 각종 소모품의 교체 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는 확인하기 버거울 정도로 세부 메뉴와 종류가 많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작은 수납 공간에는 AUX와 아이팟, USB 단자가 마련돼 있다.
생각 보다 실내의 우드그레인은 제한적이다. 도어 트림과 기어 레버 주위만 쓰인 정도다. 하지만 우드의 질감이 좋아서 적용 범위를 더 넓혀도 좋을 듯싶다. 작고 둥근 기어 레버는 수동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기어 레버 옆에는 2단계 냉난방 스위치가 있다. 중형차에도 시트 냉방 기능이 적용된 게 포인트이다. 고급차에 달린 것만큼 시원한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백번 낫다. 깊은 컵홀더는 플라스틱 덮개도 있다. 이 역시 중형차급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다.
계기판은 단순하면서 또렷한 시인성을 제공한다. 수온계와 연료계를 디지털로 처리한 것도 포인트. 가운데 액정에는 순간 연비와 평균 속도, 잔여 거리 등이 표시된다. 스티어링 휠은 크루즈 컨트롤과 핸즈프리, 음성 인식, 에코, 트립 등의 많은 버튼이 있다. 버튼의 수가 많아 4스포크 디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실내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은 시트다. 더 이상 불편한 기아차 시트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K5의 시트는 유럽 스타일을 연상시킬 만큼 탄탄하고 몸을 지지하는 기능도 좋다. 가죽의 질도 기대 이상이다. 여기에 2인분 메모리도 있고 시동을 끄고 켤 때 시트가 물러나는 기능도 있다.
2열은 쏘나타 이상으로 넓다. 178cm의 기자가 앉아도 레그룸이 한 뼘이 남는다. 전고는 쏘나타 보다 15mm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헤드룸은 더 넓은 것 같다. 시트의 형상이나 쿠션은 1열과 거의 동일하다. 2열에도 시트 히팅 기능이 있는 건 돋보이는 장비다. 트렁크도 상당히 크다. 차체 사이즈에서 예상하는 것 이상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쏘나타 2.0과 동일한 165마력의 2리터 가솔린과 6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165마력은 패밀리 세단에 올라가는 자연흡기 2리터 엔진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출력이다. 변속기도 단숨에 4단에서 6단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파워트레인의 ‘스펙’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K5는 화려하고 편의 장비가 많은 건 분명하지만 조용한 차는 아니다. 조용하지 않다고 하기 보다는 시끄럽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아이들링만 벗어나면 엔진 소리가 커진다. 그래도 2천 rpm 전까지는 들어줄 만하지만 그 이상에서는 부담스러운 볼륨이다. 3천 rpm부터는 엔진 소리가 너무 울려댄다. 음색도 탁하다. 차라리 포르테의 엔진 소리가 더 좋다. 엔진의 원천적인 소음을 줄이든가 방음을 더 하든가 해야 해결될 문제다. 반대로 3천 rpm 이하를 주로 사용한다면 크게 흠잡을 것은 아니다.
동력 성능은 같은 파워트레인의 쏘나타와 비슷하다. 2리터에 폭발적인 성능을 기대할 순 없지만 비교적 준수하다. 동급에서는 가장 낫다. K5는 소리가 먼저 앞서나가기 때문에 체감 가속력이 좋다고 느낄 수도 있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50, 80, 120, 160km/h로 5단으로 넘어가면 가속력이 처진다. 그래도 5단으로 200km/h에 도달하는 것을 보면 끈질기게 나오는 엔진의 힘은 있다. 이전에 비하면 고속에서 속도가 붙는 힘도 좋아진 게 사실이다. 6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2천 rpm 정도이다.
변속기는 새로 개발된 6단 자동이다. 이 6단 자동은 정차 시 변속 충격이 적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쏘나타에서 느꼈던 간헐적인 튀는 현상도 없다. 시프트 패들은 없고 기어 레버로 수동 조작한다. 수동 모드에서는 킥다운 해도 기어가 내려가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 쏘나타와 비교한다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지만 착 달라붙는 맛은 없다. 화려한 디자인과 과도한 편의 장비를 갖추면서 독일차 같은 안정성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못 한 게 아니라 안 했다고 본다. 투싼이나 i30을 보면 능력은 있다. 그리고 YF의 섀시는 측면에서 부는 바람에 비교적 영향을 많이 받는 듯싶다.
하체는 K7처럼 단단하다. 단단한데 한편에서는 유연함도 갖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보면 하체의 성능 향상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K7처럼 뒤가 너무 가볍지도 않다. 조향을 하면 앞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언더스티어도 적다. 비교적 스포티한 세팅에 비해 VDC의 개입은 빠른 편이다. 정해진 구역 안에서 스포티하게 타란 뜻이다. EPS의 세팅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것도 눈에 띈다.
브레이크 성능은 쏘나타와 비슷하다. 높은 속도에서 급제동 했을 때 2번째에는 페이드가 나타나고 연기도 피어오른다. 그래도 예상 보다는 좋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국산차로 급제동을 한 경우가 많지 않아서 바로 전 모델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쉽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전의 준중형급 시승 때를 생각하면 개선된 게 맞다. 국산차 시승이 더 어려운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K5에서 기아의 각오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현대를 넘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스타일링은 말할 것도 없고 실내의 디자인이나 편의 장비까지 매력적이다. 심지어는 연비도 13.0km/L로 쏘나타(12.8km/L) 보다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었다. 쏘나타가 이제야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고 할까.
주요제원 기아 K5 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45×1,835×1,455mm
휠베이스 : 2,795mm,
트레드 앞/뒤 : 1,591/1,591mm
차량중량 : 1,415kg
연료탱크 용량 : 70리터
트렁크용량 : ----리터
엔진
형식 : 1,998cc 직렬 4기통 DOHC 16밸브
보어×스트로크 : ---- mm
압축비 : 11.3:1
최고출력 : 165마력/6,200rpm
최대토크 : 20.2kg.m/4,600rpm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자동
기어비 :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 215/55R17
구동방식 : 앞바퀴굴림
성능
0-100km/h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 m
연비 : 13.0km/리터
차량 가격
2.0 럭셔리 : 2,495만원
(작성일자 : 2010년 7월 13일)
기아 K5 2.4 GDI를 시승한 이후에 기아차에 대한 편애는 극에 달했다. 2005년 기아 프라이드를 시승한 이후 기아자동차가 현대의 그늘에서만 머물지만은 않을 거라는 막연하고도 당시 뜬금없던 기대가 2010년, 5년이나 지나서야 확연하게 드러난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휴대폰을 골라도 남들 다사는 폰보다 조금은 마이너하지만 개성있는 휴대폰을 고르고 모두 칭찬하는 레스토랑보다는 내입맛의 마을식당을 찾는 취향의 독자라면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싶다.
기아차의 라인업은 모두 잘아시다시피 현대자동차의 라인업과 겹친다. 스포티지R과 투싼IX, K7과 그랜져, K5와 쏘나타 등 기아자동차에서 새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는 같은 등급차종간의 간섭현상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수년전이라면 그저 ‘간섭’정도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이젠 사정이 좀 다르다. 출시 첫달 1만6천여대가 판매되며 판매 1위에 올랐다. 국내자동차시장 부동의 1위라는 쏘나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에 그 의의는 더 크다. 현대자동차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에서 상이한 반응을 이끈 반면 기아자동차는 K7과 스포티지R에서 보여진 볼륨감있고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점차 대중의 시선을 끌더니 기어이 K5를 통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K5 2.4 GDI 시승한 이후 가장 큰 볼륨을 차지할 2.0 모델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갔다. 그 찰나 시승이 이루어진 K5 2.0. 1,998cc 직렬 4기통 DOHC 엔진은 최고출력 165마력/6,200rpm, 최대토크 20.2kg.m/4,600rpm 로 GDi엔진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400만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욕을 높이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차의 가치를 논할 수는 없는 일. 직접 자유로 일대를 돌아보며 느낀 K5 2.0의 느낌을 전한다.
K5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디자인이다. 특히나 군더더기 없는 측면라인은 인상적이다. 쏘나타의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낸 측면라인과는 다른 모습의 디자인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일단 높은 벨트라인은 쏘나타나 동급 세단들이 추구하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일한 요소이지만 헤드램프와 앞 팬더에서 시작되어 뒷팬더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강인한 직선을 통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보닛과 앞유리의 각을 줄이고 루프에서 트렁크 리드로 흐르는 라인을 길게 설정해 쿠페라이크한 디자인을 보이는 것도 K7에서 이어져온 모습이다.
K5는 다른 중형 승용차들에 비해 약간 낮고 넓은 차체를 가진, 쿠페에 가까운 치수비례를 보여준다. 게다가 측면의 창문 형태와 A 필러에서 시작되어 C 필러까지 연결되는 크롬 몰드는 쿠페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두툼한 프론트 엔드는 호랑이얼굴을 형상화한 디자인 컨셉으로 K7과 스포티지R에도 적용된 페밀리룩이다. 하지만, K7보다 중형급인 K5에 좀 더 잘 어울리는 볼륨감과 화려함이다. 헤드램프와 일체된 디자인은 전면디자인의 일관성을 완성시키고 있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안개등 위의 방향지시등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측면의 헤어밴트는 그저 디자인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디자인으로서의 효과는 확실하다.
안을 들여다 보면 K7과 스포티지R에서 보았던 좌우를 크게 가로지르는 센터페시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K7이 빛을 활용해 실내공간을 더욱 고급스럽게 연출해 독창성을 보였고 스포티지R이 일체형 패널로 중량감을 살렸다면 K5는 운전자를 향하고 있는 센터페시아를 통해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운전자가 더욱 중시되는 중형차의 특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내 공간에서는 유럽의 승용차들과 같이 질감을 중시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물론 차량 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아무튼 직접 가죽을 감싸서 재봉처리를 한 것은 단순히 금형에서 가죽 무늬와 재봉선을 성형한 것과는 확연한 질감의 차이를 보여준다.
K5는 센터페시아 뿐만아니라 기어노브도 운전자쪽으로 보다 가깝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컵홀더도 앞쪽으로 배치되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각종 조작 버튼은 크기도 큼직해 조작하기 편하며 상단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창에는 현대 모젠 네비게이션과 함께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소모품 교환시기를 알려주는 오토케어 시스템의 정보가 보인다. 오토케어시스템에는 소모품교환시기에 자동으로 운전자에게 교환주기를 알려주고 운행정보 등이 표시되어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시트는 쏘나타와 비교해서도 단단하기가 확연히 다르다. 단단한 시트가 불편하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장거리 운전에서는 오히려 허리와 몸을 단단히 받쳐주는 시트가 피로도 덜하고 운전도 편하다. 여기에 원적외선 열선까지 적용되어 있는데 기아차의 설명으로는 생체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까지 붙어있지만 그정도까지의 효능을 체험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폴딩식. 머리 공간, 무릎 공간 모두 넉넉하다. 리어 시트에 앉으면 파노라마 선루프로 인한 개방감이 먼저 다가온다. 선 루프는 헤드 콘솔의 버튼으로 앞뒤의 커버를 오픈 할 수 있고 앞 부분의 글래스만 열린다.
2.4GDI엔진이라는 걸출한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K5지만 실제 가장 많이 팔리는 엔진은 쏘나타에도 실린 쎄타Ⅱ 2.0 엔진이다. 165마력의 출력은 동급 최고의 출력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엔진음이 제법 실내로 몰아친다. 르노삼성 SM5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를 보일만큼의 소음이다. 3천RPM이상에서는 제법 높아지는 엔진음에 오디오볼륨에 손이 간다.
달리기 성능은 동급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 5단에서 200km/h에 도달하는 준족의 성능이다. 여기에 4단에서 6단으로 훌쩍 업그레이드된 변속기가 장착되어 변속충격이 적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수동모드에서는 강제로 기어를 내릴수는 없게 세팅되어 있다.
특히 기아차의 하체세팅은 국산차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단단한 하체이면서도 둔턱을 넘는 움직임에는 부드러움이 있다. 고속으로 코너 진입시에도 언더스티어가 적고 거동의 움직임이 적다. 브레이크 성능 또한 최근 소개된 국산차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중형급인 만큼 차량가격을 생각해 장착되다 보니 최고의 선택을 할 수 는 없겠지만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는 볼 수 있겠다.
K5는 대한민국 중형세단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현대 쏘나타를 두 달만에 왕좌에서 끌어내린 ‘물건’이다. 실내사양과 옵션들만 보면 K7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관심까지 끌어올 듯 하다. 여기에 연비까지 작은 차이지만 쏘나타를 능가하고 있다. 미국의 한 리서치에서는 성장세인 기아차가 현대자동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조사를 최근 보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아차를 결과물을 보면 그러한 예측이 얼마나 기우인지 알 수 있다. 쏘나타는 이제 제대로 된 경쟁 상대를 만난 것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자료출처:글로벌오토뉴스
차량협찬: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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