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1. 09:22ㆍ자동차이야기
91년 미쓰비시 파제로를 들여와 만든 갤로퍼로 쌍용 코란도 신화를 무너뜨린 현대정공은 한번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발 빠르게 후속 모델 작업에 뛰어들었다. 여러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그 중 핵심은 95년 시작된 HP 프로젝트. 같은 해 서울모터쇼에 LUV라는 이름의 컨셉트카를 출품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98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HP 프로젝트는 99년 현대정공의 자동차 부문이 현대차로 통합되면서 더욱 힘을 받아 2000년 초 디자인을 확정하고 2001년 2월 14일 최종 결과물인 테라칸을 낳았다.
고급차의 감성과 오프로더의 파워를 겸비한 테라칸(Terracan)은 대지라는 의미의 테라(Terra)와 황제를 일컫는 칸(Can, Khan)의 합성어로 ‘대지를 지배하는 왕’이란 뜻을 지녔다. 약 34개월간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완성한 테라칸의 디자인은 이름처럼 파워와 럭셔리함을 동시에 아울렀다. 1세대 에쿠스를 연상시키는 보디 라인과 당당한 차체(4,710×1,861×1,795mm)는 라이벌 무쏘(4,660×1,865×1,735mm)를 압도했다.
2001.05
에쿠스의 V6 3.5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급 세단의 감성 품질을 강조했다.
낮고 넓은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비롯해 우드그레인과 가죽 및 크롬을 적절히 섞은 실내는 SUV보다는 고급 세단의 감각이 베어났다. 5인승과 7인승으로 나뉘었고 7인승의 경우 뒤쪽을 바라보도록 디자인된 무쏘와 달리 3열 시트를 앞쪽 방향으로 얹어 편의성을 높였다. 3열 시트를 앞으로 접어 좌우로 들어 올려 고정하면 제법 큰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2001.07
능동형 4WD 시스템을 단 테라칸 VX350
테라칸은 도로를 가리지 않는 프리미엄 주행성 위해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서스펜션에 가스식 댐퍼와 고강성 스태빌라이저를 붙였다. 또 전자동 트랜스퍼를 통해 평상시에는 2WD만 쓰고 주행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4WD로 전환되는 액티브 4WD 시스템(VX350)과 실내의 로터리 스위치를 통해 운전자가 스스로 굴림 방식을 바꿀 수 있는 파트타임 4WD를 모델별로 달리 세팅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2001.08
쌍용 렉스턴(9월 데뷔)을 겨냥해 2001년 8월 최고출력 145마력의 2.9L 엔진을 투입했다.
프레임 보디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횡방향 강성재를 각 필러와 연결해 링 모양으로 설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안전벨트 프리텐셔너와 운전석 에어백, ABS를 달아 동급 최고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도 특징이었다. 엔진은 갤로퍼에서 가져온 직렬 4기통 2.5L 터보 디젤 103마력(EX250, JX250)과 최고출력 207마력짜리 에쿠스의 V6 3.5L 가솔린 엔진(VX350)을 사용했고 5단 수동과 4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2톤에 가까운 차체를 밀어붙였다.
2003.10
경제성을 높인 EX290 이코노미로 볼륨 확대에 성공했다.
국산 SUV의 최고를 노린 만큼 값도 만만치 않았다. 최고급 VX350의 경우 조수석 에어백과 전동식 선루프, 솔라 컨트롤 글라스, 후방감지 시스템, 레인센서, 서브우퍼, 열선내장 가죽시트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286만원짜리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두는 등 에쿠스 못지않은 편의성을 갖췄지만 값이 3,470만원이나 했고, 가장 싼 EX250조차 1,990만원이었다. 당시 무쏘 최고급 가솔린 모델 320LX와 디젤 저가형 230S(2WD)는 3,115만원과 1,719만원이었다. 특히 기존의 2.5L 103마력 디젤 엔진으로는 큰 차체를 끄는 데 힘도 부족했다.
2004.10
2004년 6월 최고출력을 174마력으로 높여 국산 SUV 중 가장 강력한 파워를 뽐냈다.
이처럼 가격과 출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못하던 차에 쌍용이 2001년 9월 강력한 경쟁 모델이자 무쏘 윗급의 렉스턴을 내놓으면서 대형 SUV 시장에서 테라칸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는 렉스턴 출시에 한 달 앞서 145마력으로 출력을 높인 2.9L 디젤 엔진을 투입했지만 그해 11월 렉스턴에 대형 SUV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현대는 이듬해 4WD를 빼고 무게를 105kg이나 줄인 저가형 2.9 2WD 모델을 투입하며 다시 선두탈환에 성공했다. 국산 최고 SUV 자리를 놓고 쌍용과 자존심을 건 싸움이 바로 이때 시작되었다. 2003년 12월 현대가 2.5L 디젤을 빼고 2.9L 엔진 출력을 165마력으로 높인 2004년형 테라칸을 내놓자 쌍용이 3세대 커먼레일 방식의 170마력 디젤 엔진을 렉스턴에 올렸고 이에 맞서 현대는 같은 해 6월 엔진출력을 174마력까지 높인 테라칸 파워플러스를 내놓으며 대응했다.
2006년 베라크루즈에게 SUV 기함 자리를 내주며 단종된 테라칸은 현대의 첫 독자개발 프레임 보디 SUV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의 현금 수송차, 방글라데시 경찰차로 쓰이는 등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국산 SUV의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개발을 시작한 테라칸의 투박한 스타일과 구성은 21세기 SUV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가장 큰 SUV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되지 못해 판매량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글 : 박영문 기자
사진 : 자동차생활
제공 :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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