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초’를 위한 자동차 총집합!!!!

2015. 9. 19. 18:23자동차이야기


자동차는 단순히 편리한 이동수단으로만 여기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신체를 보호하고 치부를 가려주는 옷처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대체물로 생각한다. 많은 여성 운전자가 깜찍하고 세련된 BMW 미니나 폭스바겐 비틀 등을 살 때 다른 사람들이 그 차의 감성 이미지를 자신과 오버랩해서 보기를 바라는 것처럼. 



시보레 카프리스(사진)


뷰익 루센 슈퍼(사진)


자동차는 한 세기 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마초’(macho)다. 에스파냐어로 ‘남성’을 뜻하는 마초는 덩치가 크고 근육질이며, 정력이 센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부리부리한 눈매, 강렬한 인상, 우람하고 억세 보이는 가슴, 그러면서도 빳빳하게 다림질한 와이셔츠의 칼라 등 단단하고 야성적이면서도 단정한 남성적 이미지를 추구한다. 요즘으로 치면 ‘짐승남’ 콘셉트라고 해야 할까.

마초의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차는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주된 소비자인 미국인들이 크고 강한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단단한 근육질의 스포츠카와 함께 크고 투박한 몬스터 트럭을 드림카로 여기는 곳도 미국이다. 대물(大物) 콤플렉스라 여겨질 정도다.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frontier) 정신, 카우보이에서 엿볼 수 있듯이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의 문화가 맞물린 뒤 넓은 땅, 싼 기름 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나중에 결합되고 TV와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대중 확산돼 미국에서 이 같은 ‘대물 숭상 마초 자동차 문화’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최근 들어 비싸진 기름 값, 얇아진 주머니 등으로 소형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덩치 큰 차에 주력했던 미국 자동차업계가 작고 기름 적게 먹는 차로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또 인테리어는 마초에서 벗어나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외강내유(外剛內柔)를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크라이슬러, 캐딜락, 포드, 링컨 등 미국 브랜드가 만드는 세단에서는 마초 느낌이 물씬 풍긴다. 


국내 마초 자동차의 효시 현대 각 그랜저



현대 각 그랜저(사진)


현대 각 그랜저와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사진)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사진)


현재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마초 자동차는 크라이슬러 300C, 캐딜락 STS 및 DTS, 링컨 타운카, 포드 토러스 등이다.

이들 차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1986년~1992년)의 뒤를 이었다. 서울올림픽 공식 스폰서였던 현대자동차가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해 포드 그라나다 후속으로 1986년 첫 출시한 이 자동차는 ‘각 그랜저’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겉모습에서 곡선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네모반듯한 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차명인 그랜저(Grandeur)도 위엄. 권위, 웅장의 뜻으로 마초가 추구하는 이미지다.

이 차는 부, 명예, 상류층의 상징이 됐다.

반면 각 영화에서 조직폭력배 두목이 타오는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 ‘형님 차’로 인식되기도 했다. 커다란 덩치, 양복, 깍두기처럼 각진 스포츠 머리 등의 이미지를 지닌 ‘형님’들이 타는 각 그랜저는 일반인들에게 위협적인 마초의 품성을 내뿜는 차로 여겨졌다.


작다고 깔보지 마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마초라고 항상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와 바디 빌딩으로 날카로운 얼굴 윤곽과 근육질의 몸매를 갖춘다면 뽀빠이 체격에도 마초 분위기를 물씬 풍길 수 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경차는 동그란 헤드램프(눈)와 다소 작아 오밀조밀하게 보이게 만드는 라디에이터그릴(코 또는 입) 등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발산하기 마련이다.

마티즈도 원래는 그랬다. 그러나 마티즈 4세대 모델인 크리에이티브는 다이아몬드 형상의 큰 헤드램프로 날카롭고 강인한 포스를 발산한다. ‘바디인·휠아웃’ 콘셉트로 차체보다 돌출된 휠과 휠 하우징은 볼륨감 있는 근육을 자랑한다.

이로써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경차계의 마초로 등극했다.  



링컨 타운카(사진)


나쁜 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링컨 타운카

링컨 타운카는 북미 지역 의전 및 관용차 리무진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풀 사이즈 럭셔리 세단이다. 이 차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카펫 등 격식있고 위엄을 갖춰야 하는 행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의전용 자동차다.

링컨 타운카의 마초 매력은 영화에서 빛났다. 키아누 리브스,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데블스 에드버킷’(1997년)에서 악마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로펌 사장 존 밀튼의 자동차로 등장한다.

라운드형의 테두리 속에 수직으로 늘어서 있는 타운카의 크롬 라이에이터 그릴은 악마의 광기어린 웃음을 연상시켰다. 존 밀튼의 악마적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려주는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캐딜락 DTS와 크라이슬러 300C(사진)




크라이슬러 300C(사진)


왜 반말해? 아메리칸 스타일이야 크라이슬러 300C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마초 콘셉트의 남자 주인공들이 타는 차가 있다. 기름먹는 하마라 불리는 험머다.

험머는 미군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모습을 드러내는 다목적 군용차 ‘험비’의 민수용이다.

험머는 야성적인 마초의 이미지는 차고 넘치지만 온 몸의 근육질을 단정한 와이셔츠로 감춘 요즘의 마초 추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드라마 C.S.I 마이애미에 나오는 깔끔한 마초인 호라시오 반장도 험머를 타긴 하지만.

요즘 마초들이 선호하는 차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보다 세단이다. 그 중 크라이슬러의 베스트셀링카인 300C는 공기역학과 디자인의 결합으로 유선형 차체를 추구하는 중형 세단 트렌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도전적이고 웅장해 보이는 라이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로 구성된 앞모습은 탱크를 닮아 “덤빌 테면 덤벼봐”라는 표정이다. 반항아 제임스딘처럼 ‘건방진 매력’을 자랑한다.

남성적인 외모는 구매에도 영향을 줬다. 이 차 구매자 10명 중 8명이 남성일 정도다.

그러나 거친 외모와 달리 실내는 부드럽다. 실내등을 푸른색에서 주황색 LED로 업그레이드해 은은하고, 운전자와 동승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조명 시스템을 채택했다.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실시간 교통정보시스템(TPEC)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등 운전자를 배려하고 있다. 거칠지만 부드러운 ‘외강내유’ 마초인 셈이다. 







캐딜락 DTS(사진)


너 죽고 싶어? 덤비지 마라 캐딜락 DTS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도 비싼 차 값 때문에 일반인들은 좀처럼 갖기 힘들어 죽어서라도 한 번 타보고 싶어 장례식차로 즐겨 사용한 차가 있다. 캐딜락 DTS다.

풀사이즈 럭셔리 세단으로 분류되는 이 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미국 상류층이 선호하고 관용차로도 인기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차 ‘캐딜락 원’도 DTS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처럼 장례식차나 관용차로 인기를 끄는 데 기여한 것은 디자인이다. 이 차는 캐딜락의 디자인 콘셉트 ‘Art and Science’를 바탕으로 단순하면서도 안정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뒷모습은 70년대 미국 차의 분위기를 살려 보수적이지만 세련미도 엿보인다.

웅장하고 근엄하면서도 엄숙한 외모는 장례식차로 사용되는 데 한몫했다. 마찬가지로 보수적이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디자인은 관용차에 안성맞춤이다.

국내에서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의 차로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극중 신화그룹의 후계자로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권위적이고 까칠한 구준표에 딱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마초 차로서는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글,사진:
[최기성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29호(10.06.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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