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11. 09:08ㆍ자동차이야기
80년대 초만 해도 국내 메이커들의 기술 수준은 형편없었다. 때문에 선진 메이커들과의 기술 교류 내지는 기술 도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초창기 포드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현대차는 82년 일본 미쓰비시가 10%의 자본참여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친포드 전략에서 친미쓰비시로 돌아선 뒤에 내놓은 첫 번째 합작품이 그랜저 2.0(1986). 이후 뉴 그랜저와 갤로퍼, 싼타모 등으로 이어지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고 99년 4월 기함 에쿠스(프로젝트명 LZ)를 선보이면서 정점에 달했다.
미쓰비시 데보네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던 그랜저와 달리 에쿠스는 개발초기부터 두 회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의견을 맞대었다. 94년 10월 프로젝트 팀을 가동해 현대 3회, 미쓰비시 4회 등 총 7번의 1:1 스케일 모델 평가를 거쳐 최종 디자인을 완성했다. 양쪽의 디자인을 절충하는 선에서 의견을 조율했지만 외부 디자인은 미쓰비시, 실내는 현대의 입김이 강했다. 97년 최종모델을 확정하고 금형설계와 시작차 테스트 등을 거쳐 약 4년 7개월 만에 완성차를 내놓았다.
1999.09
배기량을 줄이고 편의장비를 조정한 V6 3.0 모델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에쿠스(EQUUS)란 이름은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차체 크기와 편의장비 등에서 라이벌을 앞섰다.
길이×너비×높이가 5,065×1,870×1,465mm로 쌍용 체어맨(5,055×1,825×1,465mm)과 길이는 비슷했지만 너비에서 45mm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휠베이스는 2,830mm에 그쳐 체어맨(2,900mm)보다 약간 짧았다.
당당한 덩치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 스타일은 대형 프론트 그릴(총 4가지 형태로 나왔다)과 커다란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의 영향이 컸다. 특히 초대형 테일램프는 ‘뒤따라오는 운전자 공격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밝고 위협적이었다.
실내는 현대가 만든 초기 디자인을 베이스로 미쓰비시의 아이디어(가운데 불쑥 튀어나온 센터페시아)를 살며시 얹은 형태였다. 뉴 그랜저나 다이너스티처럼 동반석 시트의 가운데 부분을 평평하게 펼칠 수 있도록 설계해 뒷좌석 승객의 편의성을 높였고 리무진의 경우 뒷좌석을 독립식으로 만들어 소퍼드리븐카의 성격이 짙었다.
2001.08
4.5L MPI 엔진과 커튼 에어백 등을 추가한 2002년형
보디 길이와 편의장비에 따라 세단과 리무진 두 종류로 나왔고 V6 3.5L와 V8 4.5L 엔진을 얹어 총 네 가지 모델로 초기 라인업을 꾸렸다. 다이너스티의 것을 개량한 V6 엔진은 최고출력 220마력을 냈고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한 V8에는 당시로서는 드물었던 직분사 기술을 써 최고출력 260마력을 냈다. 여기에 5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는데 기본형인 JS350에는 그랜저에 썼던 5단 H-매틱을 사용했고, 나머지에는 ‘스킵 시프트’ 기능을 갖춘 새 5단 자동변속기를 짝지었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에 전자제어 기술을 접목해 뛰어난 승차감을 보인 것도 에쿠스만의 매력이었고 4.5 모델에 VDC(자세제어장치)와 TPMS(타이어 공기압 경고 시스템)를 기본으로 채택하는 등 안전장비도 충실했다.
2002.08
리피터를 겸비한 사이드미러와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을 추가한 2003년형 모델
수입차를 겨냥해 고급차 시장에 주력했던 에쿠스는 6개월 뒤 배기량을 줄인 V6 3.0L 203마력 엔진을 얹은 엔트리 모델 GS300과 JS300 모델을, 이듬해 4월에는 GS300과 JS350에 바탕을 둔 실속형 밸류를 더하면서 고객층을 30~40대 고소득 자가운전자로까지 넓혔다.
2005.02
252마력 V6 3.8L 람다 엔진을 더한 2005년형
그러나 모든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불만은 직분사 기술을 쓴 V8 엔진. 기대치를 밑도는 연비와 심약한 내구성이 골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형부턴 은근슬쩍 V8 MPI 엔진으로 대체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튼 에어백을 도입하고 리어램프와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LED 타입으로 바꿨다.
2007.06
실내를 알칸타라로 꾸민 ‘에쿠스 알칸타라 셀렉션’이 2007년 나왔다.
2009.03
확 바뀐 디자인으로 거듭난 2세대 에쿠스
국산 대형차 시장을 단번에 휘어잡은 에쿠스의 행보는 거칠 게 없었다. 액티브 헤드레스트와 방향지시등 내장형 사이드미러를 채택한 2003년형과 라디에이터 그릴과 알로이 휠, 램프와 트렁크 리드 디자인을 바꾼 2004년형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국산 라이벌과 수입차를 견제했다. 2005년 2월에 V6 3.8L 람다 엔진을 투입하고 3.0 모델을 단종시키는 등 라인업을 정비해 쌍용 뉴 체어맨에 잠깐 빼앗겼던 선두 자리를 되찾은 에쿠스는 2009년 2세대 모델이 나으며 지금까지 국산 기함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글 : 박영문 기자
사진 : 자동차생활
제공 :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1984 년 창간되어 국내 첫 자동차전문지 시대를 연 <자동차생활>은 사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자동차 문화와 미디어 시장을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29 년 축적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컨텐츠와 발 빠른 최신소식, 냉철한 기획 등을 아우르며 오너드라이버들의 한결 같은 벗이 되고자 합니다.
<자동차생활 - 저작권자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자동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중형 럭셔리 SUV의 명작 - 기아 쏘렌토 (0) | 2015.09.11 |
---|---|
[리뷰]현대의 첫 독자개발 프레임 보디 SUV - 테라칸 (0) | 2015.09.11 |
[자동차 관련 소식]한국차의 기술 발전 변천사 90년대 들어 독자엔진 개발 시작 (0) | 2015.09.11 |
한국•유럽•미국•일본의 연도별 베스트카 소개 - (3) (0) | 2015.09.07 |
한국•유럽•미국•일본의 연도별 베스트카 소개 - (2) (0) | 2015.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