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2. 19:37ㆍ자동차이야기
캐딜락은 BMW M, AMG, 아우디 RS를 잡기 위해 아메리칸 스포츠의 상징 콜벳의 심장을 얹어 CTS-V를 탄생시켰다. 그 2세대는 556마력, 76.2kg•m를 내는 6.2L 수퍼차저 OHV 엔진으로 진화해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8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가솔린을 낭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만행을 저지르고서라도 그 맹렬한 질주를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지난 3월 중순. 불시에 일어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지반이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졌으며 15m의 파도가 해안가를 덮쳐 마을을 통째로 쓸어버리기도 했다. 지금 동일본에서는 석유가 없어 구호물자를 실어나르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진의 영향으로 정유시설이 불탄 데다 도로망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 순간 기자는 가솔린 팍팍 태우며 시승에 임하고 있다. 머리와 가슴으로는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액셀을 밟은 오른발은 도대체 되돌아올 줄 모른다. 아무래도 캐딜락 CTS-V의 맹렬한 가속이 주는 쾌감이 이성을 마비시켜 버렸나 보다.
인테리어 감성품질이 상당히 좋아졌다.
거대한 차체를 잡아세우는 강력한 브레이크
홀드성 뛰어난 레카로 시트를 갖추었다.
아메리칸 V8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
콜벳의 심장을 얹은 캐딜락
캐딜락은 누가 뭐래도 미국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 엘도라도나 알랑테 같은 쿠페/컨버터블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나긋나긋한 로드스터 혹은 GT 수준이었다. 그런 캐딜락이 스포츠카의 심장을 얹은 고성능 세단을 만들다니 규중처녀가 지옥훈련을 받고 격투가로 거듭난 셈이다. 아쉽게도 그 첫 결과물인 초대 CTS-V(2004년)는 직접 확인해볼 수 없었는데 신형을 이번에 시승할 수 있게 되었다.
캐딜락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전략모델 CTS는 라인업 막내이면서 듬직한 차체와 화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을 상징하는 크롬 격자 그릴과 대형 범퍼 흡기구, 리어 스포일러 겸 보조 브레이크램프 그리고 19인치 크롬 휠을 더하는 것만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CTS-V의 모습이 완성된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닌 ‘야수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해야겠다. 인테리어는 V마크가 들어간 스티어링 휠과 레카로의 버킷시트, 일부 계기를 제외하면 기본형과 다르지 않다. 반면 소재나 디자인, 품질감에 있어서는 유럽 라이벌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고, 큰 덩치 덕분에 거주성도 뛰어나다. 실내에 앉아 보스 오디오의 고음질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잘 만들어진 프리미엄 세단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시동을 걸어 엔진을 깨우면 금세 숨겨두었던 발톱을 꺼내 언제라도 상대를 할퀼 기세로 으르렁대기 시작한다. 지금 보닛 속에서 꿈틀대는 심장은 사실 쉐보레 콜벳 ZR1용 LS9을 개량한 LSA 엔진. 배기량 6.2L에 수퍼차저까지 달아 최고출력이 500마력을 가볍게 넘긴다. 연비규제와 이산화탄소 감축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고색창연한 OHV 엔진이라니! 게다가 수퍼차저를 달았다면 그야말로 돌멩이 맞을 짓이다. 그런데도 이런 짓이 허용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OHV 엔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촬영지를 물색하며 한참을 달리는데 조수석에 앉은 사진기자가 한마디 건넨다. “이거 고성능 버전 맞아요? 재미없는데”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발을 지그시 밟자 ‘우르릉’ 하는 신호와 함께 맹렬하게 가속을 시작한다.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차 옆으로 스쳐 지나가기를 10여 초. 앞차에 막혀 다시 속도를 늦추자 잠깐의 정적 후 이런 말이 들린다. “고성능 맞네.”OHV의 특성상 레드라인이 6,000rpm으로 낮아 수동 모드에서는 생각보다 빨리 시프트업 플리퍼를 당겨야 한다. 하지만 6단 AT는 자동 모드에서도 충분히 빠르고, 아이들부터 막강한 토크를 뿜어내기 때문에 고회전 영역이 아쉽지 않다. 1회전에 1.9L의 공기를 밀어 넣는 이튼제 트윈 수퍼차저는 6.2L의 대배기량 V8과 결합해 556마력의 최고출력과 76.2kg•m의 막강한 토크를 만들어낸다
미국의 전통을 고수한 엔진과 달리 조종성능과 하체는 유럽 라이벌을 겨냥해 갈고 다듬었다. 자성유체를 사용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버튼을 눌러 부드럽게 혹은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 장거리여행부터 서킷주행까지 다양한 주행상황을 커버한다. 1.9톤이 넘는 무게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8분 안(7분59초32)에 달려 4도어 세단 최고기록을 작성했다면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디자인과 서스펜션에서 유럽 라이벌을 벤치마킹한 CTS-V는 엔진만큼은 순수 미국 감성을 고집했다. 비록 대량의 가솔린을 태워 km당 370g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해도 그 대가로 강대한 토크와 가슴 울리는 시원한 배기음, 심장을 뛰게 만드는 짜릿한 가속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게다가 그 쾌감은 연비나 배기가스 걱정따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릴 만큼 위력적이다.
글: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사진: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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