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7. 08:47ㆍ자동차이야기
겨울운전 때 조심할 점, 아찔한 체험으로 확인
갑자기 날이 추워졌다. 변변한 가을 옷 하나 입어 보지 못한 채 겨울을 맞았고, 초겨울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두터운 가죽옷이나 오리털 파카를 입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보기에는 근사한’ 눈도 몇 차례 내렸다.
‘보기에는 근사한’이라는 표현을 쓰고 나니 갑자기 팍 늙어버린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이 탓에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 눈 내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낭만에 젖는 일이야 아직도 즐겁다. 문제는 운전대를 잡으면 사정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밤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싸락눈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최근 온몸으로 체험했다.
‘겨울운전’의 호된 신고식, 두 번의 실수
기자가 이사한 곳은 아직 주변정리가 끝나지 않은 새 아파트다. 입주해 있는 가구 수도 적고 도로도 채 정비가 안되어 차를 몰고 나갈 때는 가까운 비포장길을 두고 한적한 아스팔트길을 따라 돌아 나가야 한다.
아침 출근길, 밤새 내린 싸락눈이 바닥에 얇게 쌓여 있는 것을 보았지만 아파트 입구를 벗어나는 동안 달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잠시 마음을 놓았나보다. 90°로 꺾어진 길에서 평소처럼 핸들을 돌리면서 살짝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게걸음을 치면서 제멋대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핸들을 반대쪽으로 마구 돌려 간신히 보도블록에 부딪치기 직전에 방향을 틀 수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다리가 후들거려 큰길로 나온 뒤에도 제 속도를 내기가 힘들었다.
겨울철에는 날씨가 추울 때도 쓸수 있는 겨울용 워셔액을 넣어야 한다. 헤드램프 오른쪽 아래 흰 부분이 워셔액 주입구다.
대우 AS센터에서 엔진 오일을 갈고 각 부분을 점검했다.
눈 내리는 날 스핀사고를 낸 길. 90도로 꺾어진 부분에서 브레이크를 밟다가 혼쭐이 났다.
미끄러운 길에서는 늘 한순간의 실수가 문제를 일으킨다.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 미리 속도를 줄였어야 했는데 얇게 쌓인 눈을 만만하게 보다가 사고를 낼 뻔했다. 눈길 급코너에서는 최대한 감속해 바퀴의 접지력을 유지해야 한다. 미끄러운 길을 높은 속도로 달리면서 방향까지 바꾸려 하면, 바퀴는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순순히 눈길에 투항해 버린다. 이론을 알고 있으면서 지키지 못한 사실이 더 부끄럽지만.
얼마 후에 또 한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실수의 소재는 여름용 워셔액이다. 먼저 교훈부터 말하자면, 겨울에 여름용 워셔액을 넣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어느 정도 엔진이 데워지고 히터 바람으로 앞창의 온도를 높인 뒤에는 쓸 수 있지만 출발한 직후나 날이 아주 추울 때 뿜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워셔액을 뿌리자마자 얼어붙고, 때로는 워셔액 탱크가 얼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기자는 워셔액이 필요할 때 대형할인점을 찾아 여러 통씩 사 놓곤 한다. 주유소 등에서 사려면 2천원 정도로 비싸지만 대형할인점에서는 600∼700원에 살 수 있어 한꺼번에 사 두면 경제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차에 워셔액이 떨어졌기에 급한 김에 여름내 쓰고 남은 한 통을 부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 때도 출근길이었는데 앞창에 닿는 햇빛이 눈부셨다. 더러운 앞유리에 낀 먼지가 반사되어 시야가 무척 나빴다. 무심코 워셔액을 뿌리다가 눈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와이퍼가 함께 움직이면서 마치 앞창에 풀칠이라도 하듯 급속도로 얼어붙는 워셔액을 골고루 발라 버린 것이다.
사이드 몰딩은 뒷면 테이프를 떼어내고 붙이는 간단한 방식이다.
앞이 캄캄했지만 1차로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빨리 옆으로 빼기가 힘들었다. 채 데워지지 않은 바람을 앞유리 쪽으로 강하게 틀고 유리창이 녹기만을 기다렸다. 차가 별로 없어 사고는 내지 않았으나 슬쩍슬쩍 중앙선을 넘기도 하는 등 곡예운전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바보 같은 두 번의 실수를 통해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지키는 것이 안전운전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겨울운전이 왜 어렵다고들 하는지 운전경력 5년을 넘긴 이제서야, 그것도 ‘체험을 통한 확인’을 거쳐서야 비로소 알아차린 셈이다.
시스팀 캐리어를 얹기 전에 루프랙부터 구해 달았다.
리어 스포일러(위)를 LED등이 달린 제품(아래)으로 바꾸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불이 들어와 안전운전에 도움된다.
8천km 더 뛰고 두 번째 엔진오일 교환
주행거리 1만4천km를 넘어 다시 대우 AS센터를 찾았다. 세미 오토의 리콜 수리와 엔진오일 교환, 기타 각 부분 점검을 위해서다. 내 차의 세미 오토는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세미 오토 차종 전체 리콜이었으므로 차를 입고시키고 부품을 교환했다.엔진오일은 이번이 두 번째 교환이다. 메이커의 권장 주기는 맨 처음 5천km, 다음부터는 1만km다. 기자는 처음에 시기를 놓쳐 6천km를 넘어 교환했다. 두 번째 교환은 권장 주기보다 빠른 셈이지만 교환할 때 시커먼 엔진오일이 차 밑으로 쏟아지는 것을 보니 1만km 교환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엔진오일 교환주기는 운전습관이나 노면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엔진오일 게이지를 자주 살펴 적당한 교환시점을 찾는 것이 좋다. 이밖에도 오토 도어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뒷문을 수리하고 성능이 떨어진 와이퍼 블레이드를 갈았다. 또 냉각수, 배터리, 타이어 등도 점검해 겨울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 달에는 모처럼 차를 단장할 기회가 주어졌다. 스포일러, 범퍼가드 등 자동차 용품을 생산하는 중견업체 모야 플래스틱(주)에서 얼마 전 개발한 마티즈용 몰딩을 비롯해 시스팀 캐리어(기본바+스키 캐리어), LED등이 달린 리어 스포일러의 협찬을 제의해 왔다. 평소 차를 꾸미기는커녕 세차조차도 제대로 안 하는 ‘무심한 오너’인 터라 조금 망설였지만, 이전에 타코미터 달기를 소개했던 것처럼 독자들에게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선 마티즈용 몰딩은 차의 겉모습을 투톤 컬러로 치장한 효과를 낸다. 갤로퍼 등 4WD차가 이런 몰딩을 붙이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강인한 이미지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한편 험로를 누빌 때 튀는 돌이나 흙으로부터 차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마티즈의 경우도 바퀴 뒤쪽 흙받이가 없어 차체 옆면이 늘 흙투성이가 되므로 한번쯤 달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몰딩은 싫고 흙이 튀는 것만 줄이고 싶다면 마티즈용 흙받이(대우 순정품)를 사서 다는 방법도 있다. 대우 부품센터에서 살 수 있고 값은 개당 800원 정도다.
몰딩을 붙이고 나니 차의 느낌이 확 바뀌었다. 몰딩의 색이 은색이어서 금색 보디와 조화를 이루고 경차의 이미지와 어울려 이전보다 귀엽고 당차 보인다. 강력 접착 테이프로 붙이는 방식이어서 달기가 쉽고, 사고로 찌그러지거나 떨어졌을 때 떨어진 부분을 가져오면 무상으로 교환해 준다고 한다.
모야에서 수입, 판매하는 몽블랑 시스팀 캐리어는 루프랙이 있는 차(마티즈, 아토스, 싼타모 등)에 기본 바를 설치하고 그 위에 스키 캐리어나 짐 캐리어 등을 얹는 방식이다. 기본 바를 설치하면 용도에 맞는 캐리어를 얹어 다용도로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40kg까지 하중을 견디기 때문에 경차에도 안심하고 달 수 있다고 한다.
밋밋했던 마티즈가 몰딩. 차를 꾸밀 때는 여러 정보를 배교해 본뒤 싸고 믿음직한 용품을 골라야 한다.
몰딩과 캐리어를 달아 화려해졌다.
몰딩·캐리어 달아 새 모습으로 변신
캐리어를 달기 전에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내 차는 마티즈 MD에 에어컨, 세미 오토 옵션만 단 차여서 지붕에 루프랙이 없다. 결국 여러 곳에 수소문해 대우 순정품 루프랙을 구해 먼저 설치하고 기본 바와 스키 캐리어를 얹었다. IMF가 터진 후 주머니사정이 악화되어 스키장에 갈 마음까지 거의 사라진 터라 언제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무게 때문에 연비가 난빠질 것 같아 평소에는 떼어 놓고 다닐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원래 달려 있던 리어 스포일러를 떼어내고 LED등이 달린 리어 스포일러로 바꾸었다. 브레이크등을 하나 더 단 효과를 내 안전에 도움을 주는 용품이다. 몰딩의 값은 공임을 포함해서 22만원, 시스팀 캐리어는 기본 바 17만원, 스키 캐리어 4세트 7만원, 6세트 10만원이고 리어 스포일러는 9만원이다.
제품을 달아 준 모야 플래스틱의 서울·경기지역 총판인 밧모상사(☎ 02-575-7893)는 현재 이들 제품을 특별판매하는 중이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밧모상사를 찾아가면 몰딩과 리어 스포일러는 30%, 시스팀 캐리어는 40% 할인된 값에 달 수 있다고 한다.
루프랙에 설치한 기본 바와 스키 캐리어
차를 꾸미고 보니 예쁘기는 한데 지나치게 튀는 것 같아 조금 쑥스럽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경제성이 우선시되는 경차를 꾸미기에는 이들 용품의 값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도 든다.
PC통신 자동차 동호회에 가 보면 차 꾸미기에 열중하는 경차 오너들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차를 꾸미려면 쏟아지는 정보를 비교해 보고, 가장 싸고 믿음직한 용품을 고르는, 일명 ‘헝그리 튜닝’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경제적인 경차의 오너니까.
글 :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사진 :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제공 :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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